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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은 현대인들에게 필수 영양제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연구를 거듭할수록 유산균의 새로운 장점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존재조차 몰랐지만, 사실 우리 인류는 유산균을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발효 식품으로 섭취해 왔습니다. 발효 식품은 유산균의 보고로, 우리가 먹는 김치, 된장, 청국장만 보아도 다양한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효 음식과 유산균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아주 오래된 발효의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발효의 의미와 기원
발효는 유기체가 탄수화물을 알코올 또는 산으로 변환시키는 대사 과정입니다. 이러한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은 pH를 낮추고 발효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는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발효라는 용어는 '끓임'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큰 용기에 보관된 포도의 혼합물이 마치 끓고 있는 것처럼 거품을 생성한다는 관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류가 정확히 언제 발효 과정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고대부터 식품 보존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발효 우유
기원전 2,000년 전에 쓰인 인도 찬송가들의 내용을 보면, 힌두인들이 선사시대부터 발효 우유로 만들어진 제품을 식단에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도 외에도 기원전 3,0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다양한 다른 문명들(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기록을 통해서도 우유, 치즈, 버터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메르인들은 양의 위로 만들어진 봉지에 우유를 담고서 사막을 횡단했습니다. 위벽에 존재하는 효소들이 우유를 발효시켜서 맛과 유통기한을 향상했던 것입니다.
성경의 창세기 18장은 아브라함 시대인 기원전 13세기의 기록인데, 아브라함이 하나님이 보내신 세 명의 천사에게 '발효 우유와 버터'를 극진히 대접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즉, 고대 시대부터 거의 모든 문명은 각각 발효유를 표현하는 용어만을 달리했을 뿐, 대부분 발효 우유 제품을 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효 채소
발효 채소는 거의 모든 문명에서 다양한 종류로 발달하였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김치 역시 그 예입니다. 대한민국 외에도 일본, 중국 등에서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채소의 보존을 위해 양배추, 순무, 가지, 오이, 양파, 당근 등을 절임으로써 발효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중국의 기록은 무려 6천 년 전부터 양배추를 발효해 먹어왔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발효 채소는 중국의 만리장성이 건설되는 동안 노동자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제공되기도 하였습니다.
몇몇 로마 문헌들에서는 발효된 양배추인 사우어크라우트에 대해 맛있는 맛은 물론, 효능까지 모두 묘사했습니다.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는 긴 항해를 나가야 할 때 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우어크라우트를 싣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약 2,000년 후, 대항해시대에 제임스 쿡 선장과 그의 선원들은 긴 항해에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우어크라우트를 섭취하며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발효 빵
발효된 빵 만들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 4,000년 전의 일입니다. 나일강 덕분에 밀이 풍부했던 이집트에서는 원래 발효되지 않은 밀로 빵을 구워서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빵을 굽기 전에 반죽을 몇 시간 동안 처리하지 않고 두면 결과적으로 반죽이 부풀어지면서 가벼워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 반죽으로 구워진 빵이 훨씬 맛있는 빵이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 현상을 '발효'라는 과학적 현상이 아닌, 신성한 과정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발효의 과학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이집트인들이 더 많은 땅을 정복하고 제국을 확장하면서 발효 빵을 굽는 과정은 다른 문화로 전파되었습니다. 로마인들은 발효 반죽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 와인에서 모은 효모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에서도 누룩이란 단어가 종종 나오는데, 누룩은 부드럽고 발효된 반죽을 의미합니다.
맥주(발효 술)
수렵채집 사회의 유목민 생활은 기원전 9,000년에서 7,000년 사이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정착된 삶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렇게 인류의 농업이 시작되면서 맥주를 양조하는 것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맥주가 생산되고 소비되었다는 최초의 증거는 9,000년 전 중국에서 사용된 도자기입니다. 이 도자기 그릇에서 맥주 발효에 사용된 곰팡이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중국의 갑골문자에서도 맥주는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당시 제사 때에 사용되는 귀한 술이었음이 나옵니다.
이집트에서도 약 5,000년 전 맥주 양조에 사용하던 용기의 조각이 발굴되기도 했으며, 최근 2021년에도 이집트의 거대한 맥주 양조장이 발굴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집트는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맥주인 에일 맥주를 만들기도 했는데, 맥주 통의 윗부분에서 효모를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보리로 만든 발효 음료'라는 뜻이 어원이기도 합니다.
발효와 유산균
이렇게 우리 인류는 거의 모든 문명에 걸쳐서 오랫동안 발효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몸에 좋은 유산균을 섭취해 왔습니다. 사실 냉장 보관이 쉽지 않았던 당시에는 보관의 용이성과 맛의 향상이 주목적이었기에, 오늘날과 같이 건강상 목적을 위한 섭취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부 선구자들을 통해 건강상의 이점도 분명히 인식되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합니다. 특히 '의학의 아버지'인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내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시절부터 강조하며, 발효 우유를 단순 식품만이 아닌, 장 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여겼습니다. 로마 역사학자인 플리니우스 역시 발효 우유 제품이 위장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여겨, 배가 아픈 사람들에게 시큼한 우유를 처방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민간요법을 통해 고대부터 건강상의 이점 또한 드러내 온 유산균은 인류의 풍부한 음식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건강까지 증진해준 소중한 미생물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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