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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프로펜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어린 시절 열이 날 때 부루펜 시럽을 먹은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 부루펜 시럽의 성분이 바로 이부프로펜입니다. 실제로 이부프로펜은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의 장점만 섞은 듯도 한데, 타이레놀에는 없는 소염 작용을 하면서, 아스피린의 단점인 각종 부작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스테로이드성이기에, 스테로이드의 강력한 부작용이 없는 항염증약이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렇게 추가된 효능과 적은 부작용으로, 이부프로펜은 우리의 일상에 필수의약품이 되었습니다.
스테로이드와 아스피린의 대안 연구
이부프로펜이 소개되기 전, 처방전이 없는 해열진통제 시장은 주로 1899년부터 시판된 아스피린과 1955년에 소개된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배분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염증 치료였는데, 염증 완화에 탁월한 스테로이드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다양한 활용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염 작용이 있는 아스피린도 이 작용을 위해서는 매우 높은 용량으로 투여되어야 했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 위장장애, 출혈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작용으로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스피린의 인기도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와 아스피린을 대신할 소염제 개발에 제약업계도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스튜어트 애덤스의 도전
스튜어트 애덤스는 16세 어린 나이에 영국의 의약품 제조 및 소매 업체인 부츠 연구소가 소유한 약국에서 수습생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 후 노팅엄 대학에서 약학 학위와 리즈 대학에서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52년에 부츠 연구소에 다시 합류하여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법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스테로이드만큼 효과는 강력하면서, 부작용은 없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화학자 존 니콜슨을 채용하여 그와 함께 노팅엄 교외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오래된 집의 한 방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무려 600개 이상의 화합물을 만들면서 10년이라는 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연구팀은 염증을 유발한 실험용 동물들에 이 각각의 화합물들의 효능을 시험해 보면서 해답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부프로펜의 개발
드디어 1960년대 초, 부츠의 연구원들은 카복실산이 아스피린의 소염 작용을 부여하는 작용제임을 확인하고, 다른 카복실산들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카복실산들이 아스피린보다 효능이 두 배나 강한 것을 발견하고, 이 산들로부터 만들어진 다양한 합성물 중 가장 활성이 높은 프로피온산을 임상 시험을 위해 선택했습니다. 이 프로피온산에서 추출된 다양한 화합물 중에서 연구팀은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것 물질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이부프로펜이 된 것입니다.
잇따라 진행된 동물 실험에서도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인간에 대한 임상시험 또한 성공하였는데, 심지어 이 새로운 약의 효능은 아스피린보다 약 3배나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애덤스 박사는 시판되기 전에 자신의 숙취에 따른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이 신약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부프로펜의 성공적 개발을 축하하며 모스크바에서 보드카를 마신 후, 다음 날 아침 숙취로 고통스러웠던 그는 본인이 개발한 이 신약을 시험적으로 먹어보았습니다. 이 약을 진통과 소염 작용에 대해서만 시험했을 뿐, 아무도 알코올로 말미암은 두통에 시험해 볼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개발자 본인 스스로 숙취에 대한 고통에 먹어보았던 것입니다. 물론 그는 두통이 가라앉는 것을 확인하며, 이 약의 우수함을 스스로 증명해 보기도 했습니다.
처방 의약품에서 일반 의약품으로
이부프로펜에 대한 특허는 1962년에 부츠에 부여되었고 196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처방 의약품으로 승인되어, 부루펜이라는 상호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1974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출시되었습니다. 1983년부터는 안정성이 확인되어, 미국과 영국 두 국가에서 모두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 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부루펜, 애드빌, 모트린, 뉴로펜 등의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3초에 한 개씩 판매된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자랑합니다. 2020년 기록에 따르면, 처방 건수가 1,600만 건 이상으로 미국에서 38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의약품이라고 합니다. 부츠사는 이 약의 개발로 1985년에 퀸즈 어워드(Queen's Award) 기술 공로상을 받고, 2013년에는 왕립 화학 협회에서 수여하는 파란 명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덱시부프로펜
최근에 이부프로펜은 더욱 진화하여, 덱시부프로펜의 개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부프로펜은 화학적 입체구조가 다른 S상과 R상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 이성질체 형태입니다. 제약업계는 이 중 S상이 소염 작용과 진통 완화 작용을 하고, R상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S상만을 분리해 내는 데에 성공하여, 덱시부프로펜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도 당연히 적고, 적은 용량으로도 효능을 얻을 수 있기에, 최근에는 덱시부프로펜으로도 많이 대체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한 성인들은 이부프로펜만으로도 큰 부작용이 없지만, 소아와 청소년은 아직 간의 해독작용이 약하기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덱시부프로펜을 처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의약학 지식이 없는 경우, 덱시부프로펜이 이부프로펜과 같은 성분인지 모르고, 두 약을 교차해서 복용하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같은 계열이므로 이부프로펜 복용 후에는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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