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역사 :: 쉽게 풀어쓰는 약의 역사, 약 이야기
  •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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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은 이름은 생소할 수 있으나 콜레스테롤 치료제로서, 성인병이 흔해진 현대에 스타틴은 매우 중요한 약입니다. 바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약이 스타틴이기 때문입니다. 스타틴의 개발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크게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혈관 속에 과도한 콜레스테롤은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일으킵니다. 특히 심장 쪽의 동맥경화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원인이 됩니다. 이 무서운 콜레스테롤의 억제를 도와주는 스타틴의 개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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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역사

     

    버섯과 곰팡이를 좋아하던 일본 소년

    엔도 아키라는 1933년 11월 일본 혼슈섬의 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이 농촌의 환경이 그의 미래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산에서 버섯채집을 즐기던 덕에 버섯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어머니가 하시던 누룩 만드는 일을 도우며 곰팡이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페니실린의 개발을 이뤄낸 알렉산더 플레밍의 곰팡이 연구를 가장 존경했습니다. 이렇게 버섯과 곰팡이에 관한 관심이 그의 이후의 연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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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역사

     

    콜레스테롤을 알게 된 미국 연수

    엔도는 대학 졸업 후 도쿄에 있는 제약회사 산쿄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곰팡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종 이상의 곰팡이를 선별해, 와인과 과즙을 오염시키는 펙틴을 제거하는 새로운 효소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성과로 회사는 엔도에게 보상으로 뉴욕에 안식년을 보내줬는데, 이 연수가 또 한 번 그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의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한 약을 개발하고자 학계와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습니다. 안식년 동안 콜레스테롤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된 엔도 역시, 2년 후 귀국하자마자 산쿄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메바스타틴 개발과 난관

    그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것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기존의 미국에서의 콜레스테롤 연구와 전혀 다른 방법인 곰팡이와 버섯에서 답을 찾고자 노력해, 무려 6,000개가 넘는 곰팡이 추출물을 선별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2년 프로젝트 끝에 그는 일본산 귤을 감염시키는 곰팡이인 '페니실륨 시트리늄'에서 추출한 물질이 콜레스테롤을 억제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 물질 메바스타틴입니다. 메바스타틴은 HMG-CoA와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어, HMG-CoA 결합을 방해하여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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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역사

     

    메바스타틴은 암탉, 개, 토끼, 원숭이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쥐를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에서 간 독성이 나와 개발이 중단되었습니다. 중단의 위기에 미국에서 중증 환자 대상의 임상 제의가 오자, 이번에는 일본 학계에서 오히려 일본에서 개발한 약임을 주장하며 외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에 반대해, 결국 일본의 오사카 대학에서 9명의 중증 환자에게 첫 임상 시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결과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28% 내려가는 효능을 보였으며, 유의미한 부작용 또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에 대한 독성 실험에서 암이 발견되며, 1980년 산쿄는 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훗날 암 발생의 원인 분석으로 고용량을 2년간 투여한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판단됐지만, 당시에는 발암성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상용화도 지연되게 되었습니다.  

     

     

    로바스타틴 상용화

    한편,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엔도의 연구 결과를 알게 된 후, 머크 연구소(Merck Research Laboratories)의 연구원들도 천연물질 곰팡이에서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를 개발해 내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마침내 로바스타틴이라는 화합물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해, 1980년 특허 출원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때 그들도 일본 산쿄의 연구가 발암성으로 폐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머크도 임상시험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은 산쿄 실험에서 관찰된 림프종이 아마도 대량의 약물 주입 때문인 조직 변화이며, 종양성이 아니라고 추론했습니다. 이에 머크 연구소는 다시 로바스타틴의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와 인간에 대한 잠재적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 시험을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머크 연구소의 포기하지 않은 집념으로 로바스타틴은 1987년 FDA의 승인을 받아, 제품명 '메바코'란 이름으로 최초의 콜레스테롤 치료제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산쿄 역시 미국 제약회사 BMS와 제휴해 프라바스타틴을 출시했습니다.

    머크는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연구 경험과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훨씬 더 효과적인 화합물을 만들고자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로 머크는 로바스타틴의 구조를 바꾸어, 기존 약보다 약효가 2.5배 더 우수한 심바스타틴을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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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역사

     

    현대인의 수명 연장

    엔도는 첫 번째 상용화는 비록 머크에 뺏겼지만, 그의 선구적인 연구가 인정받아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스커-드베이키 임상 의학 연구상을 2008년 수상했습니다. 2012년에는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도 등재되었습니다.

    그의 업적이 대단한 것은 이 약이 현대인의 수명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 말미암은 사망이 무려 50%나 감소했습니다. 많은 요인이 이러한 경이적인 사망률 감소에 이바지했겠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약의 도입입니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스타틴으로 치료한 후 심장마비가 30% 감소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일차 예방을 위해 이 약을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심장마비 가능성도 차단한 것까지 생각하면, 스타틴은 인류의 수명 연장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약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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