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민 비타민B1의 역사 (feat. 카레가 수많은 일본인을 살리다?) :: 쉽게 풀어쓰는 약의 역사, 약 이야기
  •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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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카레는 우리도 즐겨먹는 음식입니다. 원래는 인도에서 먹던 카레를 밥, 즉 라이스와 함께 비벼먹으며 일본식 카레가 탄생했습니다. 사실 이 일본식 카레는 영양분도 풍부한데, 흰 쌀만 먹던 일본인들에게 일본식 카레는 영양분을 공급해주면서 수많은 일본인들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영양소가 바로 티아민, 즉 비타민 B1입니다.

    티아민은 비타민 B1으로도 불리며, 포도당과 아미노산의 분해를 포함한 일부 대사 반응에 필수 영양소입니다. 이 영양소가 부족하면 탄수화물을 이용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데, 특히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 공급 부족으로 뇌 활동이 둔화할 수 있습니다.

    티아민이 결핍하면 각기병에 걸려, 증세가 심해지면 걸을 수도 없어지는 무서운 증상을 유발합니다. 이 영양소를 찾아가는 과정 안에 일본식 카레의 개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식 카레가 나오기까지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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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카레의 탄생비화

     

     

    각기병(티아민 결핍)의 증상

    각기병은 티아민의 결핍으로 발생합니다. 성인에게 발병 시,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발견되는데, 습성(wet) 각기병과 건성(dry) 각기병입니다.

    습성(wet) 각기병은 심혈관계에 영향을 주어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빠른 심박 수, 호흡 곤란, 다리 부종을 초래합니다.

    건성(dry) 각기병은 주로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손발이 따끔하고 저리며, 다리 운동이 힘들어지고, 통증을 유발합니다.

    또 다른 유형인 급성 각기병은 주로 아기들에게서 발견되는데, 구토, 식욕 감퇴, 심장 박동수의 변화, 심장의 비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각기병의 역사

    각기병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에서 수천 년 동안 기술되어 왔고, 특히 1800년대 후반에 쌀 가공이 증가하면서 더 흔해졌습니다. 영어로 베리베리(beriberi) 병으로 명명된 이 병은, 스리랑카 말로 '할 수 없다.'라는 뜻으로, 마비와 통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증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1796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각기병의 발병이 이유도 모른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비극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은 식민지 스리랑카에 증기 방앗간을 들여왔습니다. 스리랑카인들도 이 증기 방앗간 덕분에 깨끗하게 도정이 된 흰쌀을 먹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맛있는 흰 쌀밥을 먹으면서 각기병 환자가 수없이 발생하는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흰 쌀이 기계로 도정되면서 쌀의 껍질에 많이 함유된 티아민이 없어지는 것을 당시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전에 쌀을 찧을 때는 깨끗한 도정이 불가능했기에 티아민이 함유된 현미를 먹었지만, 기계의 도정 방식은 모든 티아민을 제거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1800년 후반에 흰 쌀을 먹는 것이 동아시아 지역에 퍼지면서 부실한 반찬과 함께 쌀을 주로 먹던 동아시아인들에게 각기병은 이유도 모른 채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절 동아시아의 각기병 대유행은 결국 산업혁명이 가져온 증기 방앗간에서 시작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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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아민 비타민B1의 역사

     

    김치의 효능 덕에 한국이 각기병을 피하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흰 쌀을 주로 먹었기에 각기병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유행에도 신기하게도 한국은 피해 갔습니다. 한국도 쌀이 주식인데 이 병을 피해 갈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김치의 효능 덕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남녀노소 즐겨 먹는 김치에 들어가 있는 마늘이 티아민의 보고였던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피곤할 때 병원에서 맞는 마늘 주사도 주성분이 티아민입니다. 오랜 역사 동안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 온 김치가 유산균의 보고임은 물론, 각기병 예방에도 큰 공헌을 했었던 것입니다. 김치의 효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견한 각기병의 원인

    20세기 초까지도 각기병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못한 채, 전염병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1884년, 드디어 이 병의 원인에 대한 오해를 푸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일본 제국 해군의 외과 장군인 다카기 가네히로는 각기병은 전염병이 아니라, 식단의 불충분함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9개월의 오랜 항해 기간의 식단에서 흰 쌀밥만 보리, 고기, 우유, 빵, 그리고 채소를 포함하는 식단으로 대체하였고, 이 병의 발병이 대폭 감소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비타민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 증가가 이유인 것으로 잘못 해석했습니다. 해군은 그러한 비싼 식단 개선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기에, 다카기의 해결책은 적용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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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카레의 탄생

     

     

    일본식 카레의 탄생

    오랜 고심 끝에 일본 해군이 발견한 해결책이 바로 '카레라이스'였습니다. 당시 영일동맹 후 일본은 영국과 해군 군사 교류가 있었습니다. 인도를 식민지로 갖고 있던 영국은 인도에서 카레를 도입해, 영국식 카레 수프로 개량해 해군들이 즐겨 먹고 있었습니다. 일본 해군은 이 영국식 카레 수프를 일본식으로 개량해, 티아민이 많은 밀가루 전분과 잡곡이 섞인 일본식 카레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반찬 없이도 풍부한 영양소가 들어간 이 카레라이스 덕분에 일본 해군의 각기병도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일본식 카레의 개발과 보급의 역사에는 각기병이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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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아민 비타민B1의 역사

     

    티아민(비타민 B1)의 탄생

    곡물과의 연관성은 1897년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군의관 크리스티안 에이크만이 밝혀냈습니다. 그는 마비 증세가 있던 닭이 어느 날 건강하게 걷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이유를 찾아보니, 닭에게 모이를 주던 사람이 원래 백미를 주고 있었는데, 백미가 아까워서 현미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도 티아민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이 원인이 쌀의 전분이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각기병 발생의 정확한 이유는 1901년, 그의 동료인 게릿 그레인스가 발견했습니다. 그는 도정에 의해 제거되는 곡물의 바깥층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도정된 쌀의 과도한 섭취와 각기병 사이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밝혀냈습니다. 틀린 해석을 했음에도 에이크만은 결국 1929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그의 관찰이 비타민의 발견으로 이어진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911년 폴란드 화학자 카지미르 풍크가 티아민을 쌀겨에서 분리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비타민 B1, 즉 티아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