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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즉,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이 높아지면 이것이 분비되어 혈액 안의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 에너지를 만들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혈당이 떨어지지 않아 당뇨병이 됩니다. 당뇨는 혈당이 정상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병으로, 내분비 질환으로 정의됩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혈당이 높아져도 인슐린 분비로 혈당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당뇨가 심한 환자들에게는 인공적으로 인슐린을 주입하여 치료합니다. 이 당뇨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인슐린의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뇨병의 최초 기록
당뇨병의 최초 기록은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약초 지식을 적은 에버스 파피루스에서 당뇨병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기록에서 당뇨병은 '소변을 너무 많이 비운다'고 묘사되으며, 이럴 때 섭취할 음료에 대한 권장 사항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고대 인도의 시집 '아유르베다'에서도 인도 의사들도 이 질병을 발견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에서는 소변 주위로 개미들과 벌레들이 모이는 '꿀 소변'으로 이 병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1세기경에는 그리스 의사 아레타이오스가 이 병의 특이점을 '많은 양의 소변을 자주 본다.'고 서술하며, '소변의 과도한 배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처음 이 병을 명명했고, 이 그리스어에서 유래해 'diabetes'라는 영문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당뇨병의 증상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갈증, 다뇨증, 체중 감소, 시야 흐림 등이 있습니다. 사실 당뇨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 병이 일으키는 합병증들입니다. 이 병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심혈관계, 눈, 신장, 신경의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료받지 않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당뇨병 때문에, 매년 약 1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당뇨병의 유형
당뇨병의 주요 유형은 1형과 2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유형 중 1형 당뇨병은 우리 몸의 인슐린 분비를 책임지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따라서 인슐린 주사로 주로 치료되고 있습니다. 주로 30대 이전이나 소아, 청소년에게서 나타나고 있어, 과거에는 '소아 당뇨병'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당뇨병은 2형 당뇨병으로, 우리나라 당뇨의 대부분인 90%가 이 유형입니다. 이 유형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나,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이유로 발병합니다. 원인으로는 유전 때문인 선천적 요인도 있으며,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의 식단과 운동 부족 등의 후천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과거 당뇨의 정의가 내려지기 전, 운동을 잘 안 하고 비만인 사람들이 잘 걸린다고 해서 '부자들의 병'으로 불렸는데, 바로 이 2형 당뇨병을 언급한 것입니다. 치료법으로 항당뇨제(메트포르민 및 세마글루타이드 등)와 식생활과 운동 습관의 개선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당뇨병 통계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약 5억 3,700만 명으로, 성인 인구의 약 10%, 즉, 성인 10명 중 1명은 걸릴 정도로 높은 발병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인 당뇨병인 유형 2가 전체 사례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점점 서구화되는 식습관 때문에 더 증가하여 이 추세라면 2045년에는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병에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의 위험도 커서,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7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당뇨와 췌장의 연결 관계
이렇게 당뇨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 병의 원인이 간이라고 잘못된 오해가 과학계에 팽배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당뇨가 췌장과 연결되었다는 가능성은 1709년에 스위스의 요한 브루너가 처음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해부 학자였던 그는 개의 췌장을 제거하니 그 개에게서 당뇨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며, 당뇨가 췌장의 문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다른 연구자들이 각종 해부 사례를 통해 췌장과 당뇨와의 연결고리는 계속 제시했지만, 아직도 주류 학설은 췌장보다는 간에 집중하면서 150년 이상이 흘러갔습니다.
1869년 독일 병리학자 파울 랑게르한스가 췌장의 관찰을 통해, 췌장 안의 점같이 흩어져 있는 세포들을 발견했습니다. 정작 그는 이 세포들의 역할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이 세포들이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이 바다의 섬 같아 보였기에, 초기관찰자인 랑게르한스의 이름을 붙여 '랑게르한스섬'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889년 독일의 요제프 메링과 오스카 미코프스키가 건강한 개의 췌장을 제거하자 개에게서 포도당이 섞인 오줌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췌장이 제거된 개는 당뇨병에 걸린 것을 관찰함은 물론, 다시 췌장을 이식하면 당뇨가 사라진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그들의 연구로 췌장이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계 정설로 굳어지는 결정적 연구가 되었습니다.
인슐린이란 용어의 탄생
1916년에 내분비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영국의 에드워드 샤피-셰이퍼(Edward Sharpey-Schafer)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일 물질의 부재가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정확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물질의 이름을 라틴어의 섬을 의미하는 용어인 'insula'에서 가져와 인슐린으로 명명했습니다. 이것이 인슐린이란 용어의 탄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다양한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한 후, 독일의 프레드릭 밴팅과 그의 연구팀이 1922년 첫 인슐린 추출에 성공하여 임상까지 성공하며, 에드워드의 가설이 정확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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