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의 역사(아스피린이 진통제만은 아니라고? feat. 트럼프 대통령) :: 쉽게 풀어쓰는 약의 역사, 약 이야기
  • 2023. 11. 12.

    by. 약에 대한 정보공유

     

     

    아스피린이라 하면 떠오르는 말은 '진통제, 머리 아플 때 먹는 약' 정도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아스피린은 '제약계 슈퍼스타'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스피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기네스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합니다. 아스피린 개발의 시작은 아주 오래 전 버드나무 껍질부터 시작합니다.

     

    아스피린의 역사아스피린의 역사아스피린의 역사
    아스피린의 역사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

    식물 자원을 통해 진통제를 찾고자 했던 인류의 갈망은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도 발견해 냅니다. 기록된 역사만 보아도, 무려 기원전 1500년 경입니다. 이집트 파피루스에 기록된 바로는, 무릎관절이 아팠을 때 버드나무 껍질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심지어 기원전 400년경에는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이것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렇게 버드나무 껍질은 3000년 이상 동안 해열과 진통 완화에 민간요법처럼 사용됐습니다.

     

    버드나무버드나무버드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18세기 중반에 되어서야 첫 번째 임상시험이 진행됩니다. 1758년 영국의 성직자 에드워즈 스톤은 우연히 버드나무 껍질의 맛을 보고 쓴맛에 놀랐는데, 그 이유는 말라리아 치료에 이용되는 퀴닌을 함유한 키나(cinchona) 나무껍질과 맛이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즉, 키나 나무껍질처럼 해열작용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가설을 세운 그는 버드나무 껍질을 모아서, 석 달 동안 오븐에서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서 50명의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임상을 통해 말라리아 열에 효과가 좋다는 결과를 얻고, 왕립협회에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유효성분의 발견

    버드나무 껍질에 관한 연구는 19세기 더 고도화되어서, 1828년에 독일의 부흐너가 버드나무에서 쓴맛을 일으키는 결정을 추출하여, 라틴어 살릭스에서 이름을 가져와 '살리산'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838년에는 이탈리아의 화학자 피리아가 살리산을 개량해 더욱 강력한 산을 추출하는 데에 성공해, '살리실산'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859년에는 독일의 콜베가 살리실산의 구조를 알아내었고,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새로운 합성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살리실산은 강한 쓴맛과 위에 자극 때문에, 장기적으로 처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한 연구원의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 개발

    독일의 뮌헨 대학에서 약학사 학위를 받고, 제약회사 바이엘에서 연구하던 당시 29세이던 펠릭스 호프만에게는 류머티즘에 걸린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류머티즘 통증으로 살리실산을 오랜 기간 복용하고 있었고, 심각한 위장장애로 구토 없이는 약을 먹기 힘들 정도로 고생했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는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볼 것을 이 젊은 연구원에게 지시했습니다. 호프만에게 회사에서 지시한 연구는 아버지를 위한 연구도 되었기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호프만은 수석 연구자 아서 아이첸 그룬과 함께 살리실산의 구조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환하는 개량연구를 하면서, 1897년 드디어 살리실산의 강한 산성을 중화하는 카복실기(Carboxyl group)를 추가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물질은 산성은 훨씬 약하고 약효는 오래가면서 기존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확실히 경감시켰습니다. 이것이 살리실산의 기존 구조가 변형된 '아세틸살리실산'이고, 1899년 '아스피린'이라는 상호를 갖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스피린의 인기

    아스피린은 출시 직후부터 매우 인기 있는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크게 유행한 독감으로, 해열진통제인 이 약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바이엘사는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의 아스피린을 능가할 약은 없다."라고 광고할 정도였습니다.

    아스피린은 중독성의 없음은 물론이고, 큰 부작용도 없다는 점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기에, 일반인들이 가벼운 통증이나 염증으로 힘들 때 손쉽게 구해서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스피린의  개발은 우리의 일상에 매우 중요한 편의를 가져와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스피린의 역사아스피린의 역사아스피린의 역사
    아스피린의 역사

     

    아스피린이 진통제 역할만 하는게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부프로펜을 비롯한 다양한 해열, 진통제들이 등장하면서 아스피린의 인기도 저물어 가는 듯이 보였지만, 새로운 용도가 발견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는 항혈전기능입니다. 혈전이 우리 몸속에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막게 되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이 항혈전 작용에 효과가 되기에, 이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이면 평소에 소량으로 꾸준히 먹으면 이 병들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국, 여러 연구 결과로 아스피린은 1980년 미국 FDA에서 인정한 '심혈관 질환 예방약' 지위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변신의 성공과 100년 인기

    아스피린은 오늘날에는 해열, 진통의 완화 용도보다는 '심혈관 질환 예방약'의 용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지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심장병 예방을 위해서 작은 용량의 아스피린을 매일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건강을 위해 비타민과 아스피린을 매일 챙겨 먹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변신에 성공한 덕에, 100년이 넘는 인기를 구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이라는 최고의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변신의 성공변신의 성공변신의 성공
    아스피린의 역사

     

     

    원래 바이엘사는 옷감 염색에 사용되는 염료를 만들면서 부업으로 공장 뒤에서 해열제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이렇게 과거에는 제약업은 부업에 지나지 않았던 바이엘사였지만, 오늘날 이 회사가 세계적 제약회사라는 지위를 갖게 한 것이 아스피린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